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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좌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7가지 힘 20강15강

15강 / 전체 19강

[힘 6] 기후 — 지구 온난화의 경제 청구서

6분 읽기 조회 0

기후변화를 외부효과(시장의 실패)로 이해하고, 탄소세·배출권거래제 같은 탄소가격제, 그리고 물리적·전환 리스크와 좌초자산이라는 기후 리스크를 통해 기후가 경제에 매기는 비용을 살펴봅니다.

🎯 학습 목표

이 강을 마치면 여러분은 기후변화가 왜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거대한 '경제 문제'인지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경제학이 탄소 배출을 외부효과라는 개념으로 어떻게 이해하는지, 이 문제를 시장의 힘으로 풀려는 탄소가격제(탄소세·배출권거래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기후변화가 자산과 산업에 안기는 기후 리스크와 좌초자산의 위험을 파악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 기후가 경제에 내미는 '청구서'를 읽는 눈을 갖게 됩니다.

지난 강까지 우리는 인구와 사람의 이동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강부터는 여섯 번째 힘, 21세기에 새롭게 부상한 경제 변수인 기후로 들어갑니다. 기후변화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농업·보험·금융에 실제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경제 사건입니다.

🌫️ 탄소는 왜 '외부효과'인가

이 섹션에서는 기후 문제를 경제학이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핵심 개념은 외부효과(externality)입니다. 외부효과란 어떤 경제 활동이 그 거래에 참여하지 않은 제3자에게 비용이나 이익을 떠넘기는 현상을 말합니다. 공장이 제품을 만들며 매연을 내뿜으면, 그 매연으로 고통받는 주변 주민은 거래의 당사자가 아닌데도 비용을 떠안습니다. 이것이 부정적 외부효과입니다.

온실가스 배출이 바로 이 전형적인 외부효과입니다. 화석연료를 태우는 기업이나 개인은 그 편익을 누리지만, 그로 인한 기후변화의 피해(폭염·홍수·해수면 상승)는 전 세계 모든 사람과 미래 세대가 나누어 짊어집니다. 배출의 진짜 비용이 그것을 배출하는 사람의 가격에 반영되지 않는 것입니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시장의 실패'라고 봅니다. 시장 가격이 진짜 비용을 담지 못하니,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수준보다 더 많은 탄소가 배출됩니다.

이 문제를 푸는 경제학적 해법의 핵심은 "숨은 비용을 가격에 드러내는 것"입니다. 일찍이 경제학자 피구는, 외부효과를 일으키는 활동에 그 사회적 비용만큼 세금을 매기면 시장이 스스로 배출을 줄이게 된다고 보았습니다. 탄소 배출에 가격을 붙이자는 오늘날의 발상이 바로 여기서 출발합니다. 배출이 공짜인 한 누구도 줄일 이유가 없지만, 배출에 값이 매겨지는 순간 시장의 모든 참여자가 비용을 아끼려 스스로 행동을 바꾸기 시작합니다.

💲 탄소가격제 — 시장으로 배출을 줄이다

이 섹션에서는 탄소에 가격을 매기는 두 가지 방식을 살펴보겠습니다. 탄소가격제(carbon pricing)는 탄소 배출에 비용을 부과해, 배출을 줄이는 것이 기업과 개인에게 경제적으로 이득이 되도록 만드는 정책입니다.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첫째는 탄소세(carbon tax)입니다. 배출하는 탄소 1톤당 일정한 세금을 매기는 방식으로, '가격'을 정부가 정합니다. 배출에 값이 매겨지면 기업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더 깨끗한 기술을 찾고, 소비자는 탄소를 많이 쓰는 제품을 덜 사게 됩니다. 둘째는 배출권거래제(ETS, 배출권 거래제)입니다. 정부가 배출 총량의 상한을 정하고 그만큼의 배출권을 나눠준 뒤, 기업들이 이 배출권을 시장에서 사고팔게 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서는 '총량'을 정부가 정하고 '가격'은 시장이 정합니다.

두 방식 모두 핵심 원리는 같습니다. 공짜였던 배출에 값을 매겨, 배출을 줄이는 쪽이 이득이 되게 만드는 것입니다. 유럽연합의 배출권거래제는 이런 제도의 대표적인 사례로, 세계에서 가장 큰 탄소시장 가운데 하나로 꼽힙니다. 다만 탄소 가격을 너무 낮게 매기면 효과가 약하고, 너무 급격히 올리면 산업과 가계에 부담이 커지는 만큼, 적절한 수준을 찾는 일이 늘 과제로 남습니다.

🏚️ 기후 리스크와 좌초자산

이 섹션에서는 기후변화가 자산과 산업에 안기는 위험을 살펴보겠습니다. 기후변화가 만드는 경제적 위험, 즉 기후 리스크(climate risk)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물리적 리스크입니다. 폭염·홍수·가뭄·태풍 같은 극단적 날씨가 농작물을 망치고, 공장을 멈추고, 도시를 침수시켜 직접적인 손실을 냅니다. 특히 농업과 보험 산업이 큰 영향을 받습니다. 재해가 잦아지면 보험사가 물어줄 보험금이 늘고, 그만큼 보험료가 오르거나 일부 지역은 보험 가입 자체가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다른 하나는 전환 리스크입니다. 이는 세상이 저탄소 경제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화석연료에 묶여 있던 자산이 갑자기 가치를 잃는 위험입니다. 예를 들어 탄소 규제가 강해지면, 아직 멀쩡한 석탄 발전소나 채굴하지 못한 석유 매장량이 더는 쓸 수 없게 되어 가치가 폭락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환경 변화로 가치를 잃어버린 자산을 좌초자산(stranded assets)이라고 부릅니다.

이 때문에 오늘날 금융기관과 투자자는 기후 리스크를 중요한 투자 판단 기준으로 삼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기업이 기후변화와 규제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따지고, 탄소 집약적 자산에서 자금을 거두어들이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기후가 이제 환경의 문제를 넘어 자산 가격과 금융 안정의 문제가 된 것입니다. 각국 중앙은행과 감독기구가 금융회사에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 즉 기후 충격이 닥쳤을 때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를 점검하도록 요구하기 시작한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 흔히 하는 오해와 주의점

이 섹션에서는 기후 경제를 둘러싼 흔한 오해를 짚어보겠습니다. 첫째, "기후변화 대응은 경제에 손해이기만 하다"는 생각입니다. 당장의 규제 비용만 보면 부담으로 느껴지지만, 아무 대응도 하지 않을 때 닥칠 재난의 비용은 훨씬 더 클 수 있습니다. 경제학은 '대응 비용'과 '방치 비용'을 함께 저울에 올려야 한다고 봅니다.

둘째, "탄소세는 그저 세금을 늘리려는 것"이라는 오해입니다. 탄소가격제의 목적은 세수 확보가 아니라, 숨어 있던 사회적 비용을 가격에 드러내 행동을 바꾸는 데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설계안은 거둔 세금을 가계에 돌려주거나 다른 세금을 줄이는 방식으로, 전체 부담을 늘리지 않으면서 배출만 줄이려 합니다.

셋째, 기후 비용은 모두에게 똑같이 돌아가지 않습니다. 더위와 홍수에 취약한 지역, 화석연료 산업에 의존하는 지역이 더 큰 타격을 받습니다. 그래서 기후 정책에는 늘 '정의로운 전환', 즉 피해가 집중되는 사람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의 문제가 함께 따라붙습니다.

📝 핵심 요약

이번 강에서 우리는 기후변화가 경제에 내미는 청구서를 살펴보았습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외부효과: 배출의 진짜 비용이 가격에 반영되지 않는 시장의 실패
  • 탄소가격제: 탄소세(가격을 정함)와 배출권거래제(총량을 정함)로 배출에 값을 매김
  • 기후 리스크: 재해가 주는 물리적 리스크 + 저탄소 전환이 주는 전환 리스크
  • 좌초자산: 환경 변화로 가치를 잃는 화석연료 자산 — 금융의 새로운 변수

기후변화는 이렇게 막대한 비용을 청구하지만, 동시에 그 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거대한 새 시장과 기회도 열립니다. 다음 16강에서는 그 반대편,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녹색 전환의 산업을 살펴보겠습니다.

📚 참고 자료

  • State and Trends of Carbon Pricing (Dashboard) — World Bank
  • EU Emissions Trading System (EU ETS) — European Commission
  • IPCC Sixth Assessment Report, WGII: Impacts, Adaptation and Vulnerability — IPCC

관련 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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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탄소가격제
  • 탄소세와 배출권거래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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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1.세계는 하나의 경제다 — 7가지 힘의 지도
  2. 2.[힘 1] 무역 — 비교우위가 세계를 묶다
  3. 3.글로벌 공급망 — 스마트폰 한 대의 세계여행
  4. 4.보호무역의 귀환 — 관세 전쟁의 경제학
  5. 5.[힘 2] 기축통화 — 달러는 왜 특별한가
  6. 6.환율 전쟁 — 통화 가치를 둘러싼 줄다리기
  7. 7.[힘 3] 에너지 — 석유가 세계를 지배한 세기
  8. 8.에너지 전환 — 화석연료 이후의 경제
  9. 9.[힘 4] 기술 — 혁신은 어떻게 부를 만드나
  10. 10.산업혁명의 경제학 — 세상이 부유해진 순간
  11. 11.디지털 경제 — 데이터가 새로운 석유다
  12. 12.AI와 일자리 — 기술이 노동을 대체할 때
  13. 13.[힘 5] 인구 — 늙어가는 세계의 경제
  14. 14.이민과 노동의 이동 — 사람이 만드는 경제력
  15. 15.[힘 6] 기후 — 지구 온난화의 경제 청구서
  16. 16.녹색 전환 —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산업
  17. 17.[힘 7] 지정학 — 국경선이 경제를 가른다
  18. 18.제재의 경제학 — 무기가 된 무역
  19. 19.신흥국의 부상 — 세계 경제의 무게중심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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