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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좌소설로 읽는 일리아스 — 아킬레우스의 분노 20강17강

17강 / 전체 17강

시신을 둘러싼 사투

6분 읽기 조회 0

파트로클로스의 시신과 갑옷을 둘러싸고 그리스군과 트로이군이 처절한 쟁탈전을 벌이는 동안, 아킬레우스는 여전히 벗의 죽음을 모른 채 소식을 기다린다

🎯 학습 목표

이 강을 마치면 파트로클로스의 시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처절한 쟁탈전을 설명할 수 있게 되고, 정작 이 모든 사태의 당사자인 아킬레우스는 아직 벗의 죽음조차 모르고 있다는 극적 아이러니가 어떻게 긴장감을 고조시키는지 이해하게 됩니다.

🛡️ 메넬라오스의 첫 대응 — 에우포르보스의 최후

파트로클로스가 쓰러지는 것을 가장 먼저 목격한 것은 메넬라오스였습니다. 그는 즉시 달려가 시신 앞을 지켜 섭니다. 마침 그 자리에는 앞서 파트로클로스의 등에 첫 창을 꽂았던 트로이의 젊은 장수 에우포르보스도 있었는데, 그는 자신이 첫 부상을 입힌 자로서 갑옷을 차지할 권리가 있다며 메넬라오스에게 도전합니다. 그러나 메넬라오스는 그를 단칼에 제압해 죽이는데, 이는 일종의 아이러니한 응보로도 읽힙니다 — 파트로클로스에게 등 뒤에서 비겁하게 창을 꽂았던 자가, 이번엔 정면 승부에서 목숨을 잃은 것입니다. 근처에서 이를 지켜보던 아폴론은 급히 헥토르를 부추겨, 지금 메넬라오스가 홀로 시신을 지키고 있으니 서둘러 되찾으라고 재촉합니다.

⚔️ 시신을 둘러싼 줄다리기

이미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몸에 걸친 헥토르가 나서면서, 파트로클로스의 시신을 둘러싼 처절한 쟁탈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헥토르는 시신을 트로이 쪽으로 끌고 가 목을 베어 개들에게 던져줄 생각까지 품고 있었습니다 — 이는 당시 기준으로도 최악의 모욕이자 저주였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메넬라오스와 대(大)아이아스를 중심으로 그리스군이 필사적으로 맞섭니다. 시신은 양측이 서로 끌어당기는 통에 전장 한복판에서 이리저리 오가며, 그야말로 밀고 당기는 사투가 끝없이 이어집니다. 제우스는 이 처참한 광경을 가엾이 여겨 이따금 아테나를 보내 그리스군에게 힘을 보태기도 합니다.

🐎 눈물 흘리는 명마 — 인간보다 슬픈 짐승

이 강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가운데 하나는, 아킬레우스의 불멸의 명마인 크산토스와 발리오스가 파트로클로스의 죽음 앞에서 보이는 반응입니다. 신들이 아킬레우스의 아버지 펠레우스에게 결혼 선물로 준 이 신성한 말들은, 자신들을 몰던 파트로클로스가 죽었다는 사실에 마치 묘비처럼 미동도 없이 서서 진짜 눈물을 흘립니다. 아무리 채찍질해도 움직이려 하지 않는 이 모습에 제우스마저 측은함을 느끼며, "땅 위를 기고 숨 쉬는 모든 존재 가운데 인간보다 더 비참한 것은 없다"는 유명한 탄식을 내뱉습니다. 그는 결국 이 말들에게 다시 힘을 불어넣어 싸움을 이어가게 합니다.

🌫️ 아이아스의 마지막 기도 — 안개를 걷어달라

공방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전장에는 짙은 안개까지 드리워져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기조차 어려운 혼란이 벌어집니다. 답답함을 느낀 대아이아스는 하늘을 향해 인상적인 기도를 올립니다 — 차라리 이대로 죽는 한이 있더라도, 부디 이 짙은 안개만은 걷어 밝은 대낮에 떳떳하게 싸우다 죽게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기도는 승리나 생존을 비는 일반적인 기원과는 결이 다릅니다. 아이아스라는 인물이 살아남는 것보다 명예롭게 싸우다 죽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전형적인 그리스 영웅의 가치관을 지녔음을 잘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제우스는 그의 기도에 감응해 실제로 안개를 걷어주고, 전장에는 다시 밝은 햇살이 비칩니다.

🤐 아직 모르는 아킬레우스 — 커지는 긴장

이 모든 처절한 사투가 벌어지는 동안, 정작 이 비극의 중심에 있는 아킬레우스는 여전히 자신의 함선에서 벗의 죽음을 전혀 알지 못한 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독자(청중)는 이미 알고 있는 이 잔인한 사실을, 정작 당사자만 모르고 있다는 설정은 극도의 긴장감을 자아냅니다. 결국 메넬라오스는 네스토르의 아들 안틸로코스를 시켜 급히 아킬레우스에게 이 비보를 전하도록 하고, 자신과 대아이아스를 비롯한 나머지 병력은 계속해서 시신을 지키며 함선 쪽으로 조금씩 물러나는 처절한 후위전을 이어갑니다. 한 걸음 물러설 때마다 트로이군의 창칼이 바짝 뒤쫓아 오는 상황에서, 이 후퇴는 도주라기보다 한 치의 틈도 허용하지 않는 필사의 방어전에 가까웠습니다.

🏃 마지막 사투 — 시신을 함선으로

강의 막바지에 이르러, 그리스군은 마침내 헥토르와 아이네이아스를 비롯한 트로이군의 집요한 추격을 뿌리치고 파트로클로스의 시신을 함선까지 옮기는 데 성공합니다. 헥토르와 아이네이아스는 마치 사냥개처럼 바짝 뒤쫓지만, 두 아이아스가 끝까지 후미를 지켜내며 시신이 트로이군의 손에 넘어가는 최악의 사태만은 막아냅니다. 이로써 최소한 시신을 지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헥토르가 이미 착용한 아킬레우스의 갑옷만큼은 되찾지 못한 채 강이 마무리됩니다. 온몸이 땀과 먼지로 뒤범벅된 채 시신을 짊어지고 후퇴하는 그리스 병사들의 모습에서는, 승리도 완전한 패배도 아닌 처절한 안도감만이 묻어납니다.

⚠️ 흔히 오해하는 것들

이 대목에서 흔히 하는 오해는, 시신 하나를 둘러싼 이 긴 공방을 다소 지루하거나 과도한 분량으로 여기는 것입니다. 그러나 고대 그리스 문화에서 전사자의 시신을 온전히 수습해 장례를 치르는 것은 죽은 자에 대한 최소한의 존엄이자 산 자의 신성한 의무였습니다. 시신이 적의 손에 넘어가 모욕당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치욕스러운 결말로 여겨졌기에, 이 처절한 쟁탈전은 결코 사소한 삽화가 아니라 그 자체로 절박한 명예의 전쟁이었습니다. 또한 아킬레우스가 여전히 진실을 모른다는 설정을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 쉬운데, 이는 서술자가 의도적으로 조성한 극적 긴장으로, 다음 강에서 그가 소식을 듣는 순간의 충격을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 심화 — 시신 모독이라는 금기

헥토르가 파트로클로스의 목을 베어 개에게 던지겠다고 위협하는 장면은 단순한 과장이 아니라,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죽음보다 더 두려운 운명을 상징합니다. 제대로 매장되지 못한 영혼은 저승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영원히 떠돌게 된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오디세이아 12강에서 살펴본 엘페노르의 사연을 떠올려 보면 이 믿음이 얼마나 강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배경을 알고 나면, 그리스군이 목숨을 걸고서라도 시신을 지켜내려 한 이유, 그리고 훗날(20강) 아킬레우스가 헥토르의 시신을 두고 정반대의 선택 — 모욕이 아닌 존엄한 반환 — 을 하게 되는 장면이 왜 그토록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지도 함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강의 처절한 쟁탈전은 결국 그 대비를 위한 정교한 사전 포석이기도 한 셈입니다.

📝 핵심 요약

구분내용
발단메넬라오스가 시신을 지키다 에우포르보스를 처단
쟁탈전헥토르와 그리스군(메넬라오스·아이아스)이 시신을 놓고 격돌
상징적 장면아킬레우스의 명마들이 슬픔에 잠겨 진짜 눈물을 흘림
전령 파견안틸로코스가 아킬레우스에게 비보를 전하러 급파됨
결과시신은 겨우 수습했으나 갑옷은 헥토르가 그대로 착용 중

다음 강에서는 마침내 벗의 죽음을 전해 들은 아킬레우스의 통곡, 그리고 어머니 테티스가 헤파이스토스에게 부탁해 만드는 전설적인 새 방패 이야기를 다룹니다.

📚 참고 자료

  • Homer, Iliad Book 17 (Greek text with English translation) — Perseus Digital Library, Tufts University
  • Iliad — Encyclopædia Britann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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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1.프롤로그 — 아킬레우스의 분노, 전쟁 10년째의 어느 날
  2. 2.아가멤논과 아킬레우스의 다툼 — 브리세이스를 빼앗기다
  3. 3.파리스와 메넬라오스의 결투
  4. 4.성벽 위의 헬레네 — 깨어진 휴전
  5. 5.디오메데스의 무훈 — 신들과 맞서 싸우다
  6. 6.헥토르와 안드로마케 — 성벽 안의 이별
  7. 7.헥토르와 아이아스의 결투, 그리고 방벽
  8. 8.제우스의 저울 — 전세가 기울다
  9. 9.사절단 — 아킬레우스를 설득하다
  10. 10.밤의 정찰 — 돌론과 레소스
  11. 11.그리스군의 붕괴 — 지휘관들의 부상
  12. 12.방벽이 무너지다 — 헥토르의 돌파
  13. 13.포세이돈의 은밀한 개입
  14. 14.제우스를 속인 헤라
  15. 15.반전 — 제우스의 각성과 트로이군의 총공세
  16. 16.파트로클로스의 출전과 죽음
  17. 17.시신을 둘러싼 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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