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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좌소설로 읽는 오디세이아 — 오디세우스의 귀향 20강12강

12강 / 전체 20강

저승으로의 여행 — 죽은 자들의 목소리

6분 읽기 조회 8

오디세우스가 저승을 방문해 테이레시아스의 결정적 경고와 어머니, 아가멤논, 아킬레우스의 혼백을 만난다

🎯 학습 목표

이 강을 마치면 오디세우스가 살아있는 몸으로 저승을 방문해 어떤 절차를 거쳐 죽은 자들의 혼백과 대화하는지, 그리고 예언자 테이레시아스가 남긴 경고가 앞으로의 이야기에서 왜 그토록 중요한지 설명할 수 있게 됩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죽음과 사후세계를 어떻게 이해했는지도 함께 살펴봅니다.

🩸 저승의 문턱 — 피를 채운 구덩이

키르케가 일러준 대로, 오디세우스는 대양 저편 안개에 잠긴 키메르족의 땅, 해가 전혀 비치지 않는다는 저승의 입구에 다다릅니다. 그는 그곳에 구덩이 하나를 파고, 꿀과 우유, 달콤한 포도주, 물을 차례로 부은 뒤 보리를 뿌리고, 검은 숫양과 암양을 제물로 바쳐 그 피가 구덩이에 고이게 합니다. 원전에 따르면 죽은 자들의 혼백은 이 피를 마셔야만 비로소 살아있을 때처럼 또렷하게 말할 수 있는 힘을 얻습니다. 오디세우스는 혼백들이 몰려들자 예언자 테이레시아스가 먼저 피를 마시기 전까지는 칼을 뽑아 다른 혼백들이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막아섭니다.

가장 먼저 나타난 혼백은 예언자가 아니라, 뜻밖에도 얼마 전 키르케의 섬에서 사고로 죽은 젊은 부하 엘페노르였습니다. 그는 술에 취해 지붕에서 잠들었다가 떨어져 목이 부러져 죽었는데, 일행이 급히 떠나느라 미처 장례조차 치러주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시신을 그대로 방치하지 말고 노를 무덤 위에 꽂아 표시해 달라고 애원합니다. 이 약속은 훗날 15강에서 그대로 지켜지게 됩니다.

🔮 테이레시아스의 경고 — "태양신의 소를 건드리지 마라"

마침내 눈먼 예언자 테이레시아스의 혼백이 피를 마시고 입을 엽니다. 그는 오디세우스에게 결정적인 경고를 남깁니다 — 귀향길에 트리나키아 섬에서 태양신 헬리오스가 기르는 신성한 소 떼를 반드시 건드리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만약 이 경고를 지킨다면 고생 끝에 늦게라도 무사히 고향에 닿을 수 있지만, 만약 소를 해친다면 배와 부하 전원을 잃고 오디세우스 홀로 낯선 배를 얻어 타 훨씬 늦게, 그리고 훨씬 큰 곤경을 겪은 뒤에야 돌아가게 될 것이라 예언합니다. 이 예언은 14강에서 그대로 현실이 되며, 이 강에서 미리 들려주는 경고가 앞으로 남은 이야기의 방향을 결정짓는 복선 역할을 합니다.

테이레시아스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더 먼 미래까지 예언합니다. 고향에 돌아가 구혼자들을 처단한 뒤에도, 오디세우스는 노 하나를 어깨에 메고 내륙 깊숙이 걸어가 바다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 노를 곡식 까부르는 도구로 착각하는 이들을 만날 때까지 걸어야 하며, 그곳에서 포세이돈에게 제사를 올려야 비로소 완전한 화해가 이루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다음에야 오디세우스는 풍요로운 노년을 누리다, 바다로부터 찾아오는 평온한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 전해집니다.

👩 어머니의 혼백 — 잡히지 않는 그림자

테이레시아스와의 대화가 끝난 뒤, 오디세우스는 자신의 어머니 안티클레이아의 혼백을 발견합니다. 그는 이 순간 어머니가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됩니다. 어머니는 아들이 돌아오지 않는 것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으로 인해 세상을 떠났다고 전합니다. 오디세우스는 감정이 북받쳐 세 번이나 어머니를 끌어안으려 하지만, 그때마다 혼백은 마치 그림자나 꿈처럼 그의 팔 사이로 스르르 빠져나가 버립니다. 이 장면은 오디세이아 전체에서 가장 절절한 대목 가운데 하나로 꼽히며,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에 놓인 근본적인 단절을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어머니는 이어 고향 소식도 전합니다 — 페넬로페가 여전히 눈물로 그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 텔레마코스가 영지를 관리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아버지 라에르테스가 슬픔에 잠긴 채 시골에서 검소하게 지내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 전우들의 혼백 — 아가멤논과 아킬레우스

이어 트로이 전쟁의 전우들이 차례로 나타납니다. 아가멤논의 혼백은 3강에서 이미 언급되었던 자신의 죽음을 훨씬 생생하게 들려줍니다 — 아내 클리타임네스트라와 그 정부에게 마치 가축이 도살당하듯 연회 자리에서 무참히 살해당했다는 것입니다. 그는 오디세우스에게 아내를 완전히 믿지는 말라고 경고하면서도, 정숙한 페넬로페는 그런 배신을 저지를 리 없을 것이라며 위안을 건넵니다. 아킬레우스의 혼백도 등장하는데, 오디세우스가 그를 "죽어서도 혼백들을 다스리는 위대한 존재"라 치켜세우자 아킬레우스는 뜻밖의 대답을 내놓습니다 — "차라리 땅을 가지지 못한 가난한 농부의 머슴으로 살아있는 편이, 죽은 자들 모두를 다스리는 왕이 되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발언은 트로이 전쟁의 영웅적 죽음을 찬양해 온 서사시 전통 전체에 대한 놀라운 반박으로 자주 인용됩니다.

⚠️ 흔히 오해하는 것들

이 대목에서 흔히 하는 오해는, 오디세우스가 실제로 저승 깊숙이 들어가 하데스를 직접 만났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원전에서 그는 저승의 '입구'에서 혼백들을 불러내는 의식을 치를 뿐, 실제로 지하 세계 안쪽까지 들어가지는 않습니다. 이 의식을 '네퀴이아'(Nekyia, 죽은 자를 불러내는 의식)라 부릅니다. 또한 아킬레우스의 발언을 오디세이아가 영웅적 죽음 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 확대 해석하기 쉬운데, 이는 오히려 '살아있는 삶'의 가치를 강조하려는 오디세이아 특유의 주제 의식 — 앞서 4강에서 오디세우스가 불멸을 거절한 것과 같은 맥락 — 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신적인 영원함보다 인간적인 유한한 삶을 더 값지게 여기는 이 서사시 전체의 시선이, 죽음의 세계 한복판에서 다시 한번 확인되는 셈입니다.

🔍 심화 — 고대 그리스인의 사후세계관

이 강에 그려진 저승의 모습은 이후 서양 문화권의 사후세계 상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호메로스가 그리는 저승이 후대 기독교적 지옥처럼 선악에 따라 뚜렷이 심판받는 공간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가멤논처럼 훌륭한 왕이었던 인물도, 평범한 병사였던 인물도 모두 구분 없이 희미한 그림자로 떠도는 존재가 됩니다. 오직 극악한 죄를 지은 소수(오디세우스가 이 강 후반부에서 목격하는 시시포스, 탄탈로스 등)만이 특별한 형벌을 받을 뿐입니다. 이런 세계관 속에서 아킬레우스의 발언은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 사후의 지위나 명성보다 '살아있음' 그 자체가 훨씬 값지다는 것을, 그리스 최고의 전쟁 영웅의 입을 빌려 선언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 핵심 요약

구분내용
의식피가 고인 구덩이로 혼백을 불러내는 '네퀴이아' 의식 거행
엘페노르사고로 죽은 부하, 장례를 부탁 — 15강에서 이행됨
테이레시아스"태양신의 소를 건드리지 마라"는 핵심 경고, 이후 운명 전체를 예언
안티클레이아어머니의 죽음을 처음 알게 됨, 세 번이나 끌어안으려 하나 실패
아킬레우스죽은 자들의 왕보다 살아있는 머슴이 낫다는 유명한 발언

다음 강에서는 저승에서 돌아온 오디세우스가 마주하는 두 가지 치명적 유혹 — 저항할 수 없는 노래를 부르는 세이렌, 그리고 좁은 해협을 지키는 괴물 스킬라와 카립디스를 다룹니다.

📚 참고 자료

  • Homer, Odyssey Book 11 (Greek text with English translation) — Perseus Digital Library, Tufts University
  • Underworld — Encyclopædia Britannica

관련 주제

  • 테이레시아스
  • 네퀴이아
  • 안티클레이아
  • 아킬레우스
  • 아가멤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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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1.프롤로그 — 트로이 전쟁이 끝난 뒤, 돌아오지 못한 영웅
  2. 2.텔레마코스의 결심 — 아버지를 찾아 떠나는 아들
  3. 3.필로스와 스파르타 — 네스토르와 메넬라오스를 찾아서
  4. 4.칼립소의 섬 — 7년의 유배
  5. 5.파도 위의 표류 — 포세이돈의 분노
  6. 6.나우시카 공주와의 만남 — 파이아케스인들의 나라
  7. 7.궁정의 이야기꾼 — 오디세우스, 자신의 이름을 밝히다
  8. 8.키코네스족과 로토파고이 — 잊음의 열매
  9. 9.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 — "아무도 아닌 자"
  10. 10.바람의 신 아이올로스 — 손안에 쥐었던 귀향
  11. 11.라이스트리곤과 키르케 — 마녀의 섬
  12. 12.저승으로의 여행 — 죽은 자들의 목소리
  13. 13.세이렌의 노래와 스킬라·카립디스
  14. 14.태양신의 소 — 마지막 선원들의 파멸
  15. 15.다시 이타카로 — 파이아케스인들의 배웅
  16. 16.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 — 거지꼴로 돌아온 왕
  17. 17.아버지와 아들의 재회 — 텔레마코스와의 만남
  18. 18.궁전의 거지 — 구혼자들 사이에서
  19. 19.페넬로페의 시험 — 활쏘기 대회
  20. 20.구혼자들의 심판과 재회 — 오디세이아의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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